미포 카페골목과 미작 스튜디오
글_윤현지 인터뷰이_미작 스튜디오 대표 김혜진
‘골목’과 ‘길’을 찾아다니는 것이 하나의 여행 트렌드가 되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유명한 관광지도, 탁 트인 자연도 좋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골목에서 그 장소만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작은 가게들이 모여 그 골목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골목’의 묘미 아닐까. 전포의 ‘카페골목’, 해운대의 ‘해리단길’ 등, 각종 카페며 식당이 모인 여러 골목들. 그중 길이는 짧지만 특색 있어 인상 깊은 해운대의 ‘미포 카페골목’. 그곳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았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10분. 목에 카메라를 걸고 걸어도 부담이 되지 않을 거리에 유럽의 한 조각을 떼내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알록달록한 골목이 있다. 방금 전까지 부산이었는데, 골목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본격적으로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노란 건물이 있다. 분위기 있는 가로등과 창문 아래의 꽃이 가득한 화분들이 골목의 분위기를 책임지는데 한몫하고 있다. 유리창 너머로도 부드러워 보이는 가죽 가방도 시선이 간다. 그리고 그 옆에는 미작 가죽 공방이라고 적혀있는 작은 간판이 있다.


미포 카페골목의 터줏대감. 미작 스튜디오
“처음엔 그냥 조용하고 집중하기 좋은 작업실을 구하던 거라, 제가 이곳에 자리 잡은 5년 전만 하더라도 그냥 작은 주택가였습니다. 상가는 카페 한 곳이 전부였고, 그다음 제가 작업실을 열게 되었어요.
이후 꽃집, 쥬얼리가게, 식당, 카페, 가죽공방 등 다양한 가게들이 생기고, 카페골목으로 형성이 되었어요.”
미포 카페골목의 터줏대감인 격이다. 이름부터가 미포를 담고 있다. 미작은 ‘아름다울 미:美’ 와 ‘지을 작:作’ 이라는 의미이고, 동시에 미포 작업실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정성과 세월을 담은 제품
김혜진 대표는 오랜 회사 생활 끝에 육아를 위해 퇴사를 했다.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 후 학교생활 적응을 하고, 조금 여유가 생기니 살아오면서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었고, 그렇게 가죽공예를 접하게 되었다.
“가죽은 나와 함께 익어가는 세월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용하면 할수록 내 손길로 짙어지고 멋스러워지는 매력이 있어요. 신기하게도 같은 제품이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변하기도 한답니다.”
가죽 가공부터 바느질, 모든 과정을 손으로 직접 다 만드는 생지 가죽공예를 하게 된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손길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했다. 힘이 더 드는 만큼 성취감과 만족감은 컸다. 생지 가죽만의 내추럴하고 흔하지 않은 유니크함의 역시 매력적이었다고.
가죽과 라탄
공예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겪는 창작의 고통이 있다. 똑같은 제품만 만드는 게 아닌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자 고민하고 만들고, 또다시 고민하고 만들고. 그런 고민의 끝에서 가죽과 라탄을 함께 다뤄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소품만 마스터하고자 시작했는데,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다. 가죽과 라탄을 동시에 활용한 가방이 특이하다며 좋아하는 분들을 볼 때면 배워두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추억과 힐링
작업을 하다 보면 사람들의 감탄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 어? 여기 뭐지?” “와~ 유럽 같다” “ 이런 데가 있었네?” 유명 관광지인 해운대에서 고층 빌딩들 사이 숨은 보석과 같은 작은 유럽 골목의 감성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볼 때면 김혜진 대표는 괜스리 뿌듯해졌다.
이들 중 미작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천연가죽 제품의 멋에 이끌려 온 사람들이다.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 사람들도 많지만, 최근에는 여행을 온 김에 미작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원 데이 클래스를 통해 직접 가죽공예를 체험하고,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직접 만든 제품에 추억을 담아 돌아가는 것이다.
“미작 스튜디오는 찾아주시는 분들과 함께 즐거운 공방이 되고 싶습니다.
공방을 구경 오시는 분들도 이 공간과 제품을 보시며,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끼셨으면 하고요, 클래스를 하시러 오시는 분들도 제품을 뚝딱 만들어 가는 체험이 아닌, 나에게는 휴식이 되고, 함께 오신 가족, 연인, 친구와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그런 공방이 되었으면 합니다.“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어색하다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웃는 얼굴이 부드러웠다. 아늑한 가죽공방과 잘 어울리는 웃음이었다.
미포 카페골목에는 미작 스튜디오 외에도 액세사리, 향수등 다양한 공방이 있었다.
언뜻 보면 아무 색들이 마구잡이로 섞여있는 것 같지만 각 가게의 성격과 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골목에 있는 한 사장님의 말로는 각 가게가 각자 색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는 주황 담당. 저 가게는 노랑 담당. 이런 식으로.
가게의 외관을 보며 그 가게의 특징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것도 미포 카페골목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공간이 만드는 분위기란 참 신기하다.
그리고 그 공간을 찾아내는 게 여행의 묘미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기사는 클로저 1호 38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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