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7년 전, 한 학생의 작은 장난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개인의 장난에서부터 시작된 화재는 부족한 시설과 미흡한 대처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수십명의 사람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게 되었다.
1997년 5월 발생한 제마직업전문학교 화재는 분명 비극적인 사고였지만, 안전시설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안전불감증이 불러 온 사고
1997년 5월 1일. 부산 동래구의 제마직업전문학교 실습실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한 학생의 가벼운 장난에서 시작되었다. 성화봉송 흉내를 낸다며 불이 붙은 나무 막대를 근처에 있던 10m짜리 휘발유 통에 넣어버린 것이다. 담당 교사는 휘발유 화재에 물을 뿌리지 말라 말렸지만, 호스로 물을 뿌리는 바람에 화재는 순식간에 실습장 전체로 번졌다. 학생들이 출입구로 몰리자 다급해진 일부 학생들은 창문을 깨고 3층 높이의 건물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했다. 화재는 긴급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20여분만에 진압되었지만 폭발과 화재가 출구에서 시작되는 바람에 빠른 대피가 어려웠다. 결국 사고로 교사와 실습생 등 36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4명이 사망했다.
수사 결과 학생의 장난 외에도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소방 및 안전시설이 지나치게 허술했다. 제마직업전문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던 직업훈련기관으로 휘발유 등 화재 발생 위험이 높은 인화성 물질을 주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학교의 소방시설을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 측에 따르면 당시 제마직업전문학교측에서는 폐업한 자동차 정비학원으로부터 실습용 중고 자동차 엔진을 구입한 후 실습장에 설치한 뒤, 엔진에서 나온 10L 휘발유를 안전한 곳에 보관하지 않고 뚜껑이 없는 물통에 넣어 교내 화장실 인근에 그대로 방치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와 같은 인화성이 강한 물질을 지나치게 허술하게 관리했다고 판단되어 책임을 면치 못했다.
또한 이러한 인화성 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화재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실습장 내에는 비상경보기 한 대와 소화기 한 대가 전부로 화재 대비를 위한 소방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였다. 당시 관계자는 사고 당시 소화기가 작동하지 않은데다 소방호스조차 없어서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고, 겁을 먹은 학생들이 창문에서 뛰어내리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진술했다.
오늘 우리 소방은
현재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시설의 장은 교육시설을 안전하게 유지관리하기 위하여 제12조에 따른 안전점검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연 2회 이상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안전점검을 실시한 교육시설의 장은 그 결과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감독기관장에게 제출하고,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기간으로 보존해야 한다.
또한 화재 소방 시설물에 대한 규정도 강화되었다. 연면적 33m² 이상인 건물인 경우 소형 소화기는 보행거리 20m 이내, 대형 소화기는 보행거리 30m 이내 간격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또한 연면적 3,000m² 이상의 건물에는 옥내소화전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한 연면적 2,000m² 이상의 건물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를, 3,500m² 이상인 건물에는 비상방송설비를 필수적으로 설치하여야 한다.
휘발유와 같은 발화성 물질의 경우 50L 이상을 취급 및 보관하려는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며, 취급자는 소방관리기관의 교육을 이수한다. 이러한 발화성 물질은 격리된 환경에서 적절한 용량의 밀폐용기를 사용해 보관하고, 특히 취급 방법 등에 대해 명확히 표시해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화재는 아주 사소한 실수로 인해 언제 어디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경우 더 큰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학교와 기업, 기관과 개인 모두가 협력하여 안전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고취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 기사는 부산소방 이야기 11호 32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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