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남부소방서 구조구급과 김경미
첫 발령지인 남부소방서 광안119안전센터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광안 2선 구급차 기관원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이었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상태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은 야간 근무 날에 일어났습니다.
그날 아침 따라 출동이 없어서 여유롭게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곧 다가올 교대 시간을 신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센터 근처에 위치한 센텀병원 인근 주택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여 긴급하게 출동하게 되었습니다. 광안 1선급과 함께 경광등과 사이렌을 크게 울리며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1km 남짓밖에 되지 않는 그 길이 어찌나 멀게 느껴지던지…
근방에 도착해보니 대문 밖 길거리에 한 남성분께서 다급하게 손을 흔들며 위치를 알리고 계셨습니다. AED와 장비 가방, 들 것을 부랴부랴 챙긴 후 대문을 넘어 집으로 들어서려는데, 다급하게 손짓하시던 남성분께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당 한쪽에서 “여기에 있다.”라며 부르셨습니다.
분명 마당에는 환자는커녕 아무도 없어 당황스러운 마음에 “예? 환자분이 어디에 계세요?”라고 되물었지만, 나무에 귀를 가져다 대며 “여기 있잖아요, 여기”라며 “이 나무가 죽어가고 있잖아요! 숨을 안 쉬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긴장했던 몸에 힘이 쭉 풀리며, 허탈하기도 하고 장난 신고인가 싶은 생각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참에 집 안에서 어머님께서 나오셔서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시며 “결혼하려던 여자 친구가 몇 년 전에 사고로 먼저 간 뒤로 정신을 못 차린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연을 들은 후 같이 출동한 반장님들 모두 ‘괜찮다’며 다친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다행이라 말씀드리고 철수한 기억이 있습니다.
황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아팠던 출동이라 그런지, 지금도 센텀병원 뒤 주택가를 지날 때면 가끔 생각이 나곤 합니다.
*이 기사는 부산소방 이야기 11호 29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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