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
건축이 비워낸 자리, 미술이 채운 공간
달맞이언덕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조용히 시선을 사로잡는 공간이 있다. 주변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그 자체로 강한 존재감을 지닌 곳—조현화랑이다. 이곳은 건축과 자연, 그리고 미술이 교감하는 하나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조현화랑을 설계한 안용대 건축가는 공간을 이야기할 때 ‘이 집은’ 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건축가가 건물을 ‘집’이라 부르는 것이 흥미로웠다. 미술관은 결국 작품이 머무는 집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의 이름 또한 ‘가가(架家)건축’, ‘ 도시와 건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모든 단서들이 모여 자연과 도시, 그리고 예술이 어떻게 하나의 공간 속에서 어우러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그의 철학을 엿보게 했다.
이 글은 조현화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건축가가 미술과 건축의 공존을 어떻게 해석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건축이 작품보다 앞서지 않도록, 그러나 공간이 단순한 배경으로 머물지 않도록. 그가 설계한 미술관과 갤러리에는 건축가로서의 고민과 감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 섬세한 과정과 고민을 따라가며, 우리는 ‘건축과 예술, 그리고 공간이 맺는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Q. 조현화랑 증축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조현화랑 증축은 자연스럽게 흘러온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우환 공간을 설계하고, 울산시립미술관 공모에도 당선되었고, 그 경험이 이번 프로젝트까지 연결된 거죠. 마침 제가 달맞이에 거주하고 있어서 이곳의 분위기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증축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요.
Q. 조현화랑 증축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기존 2층 창고 공간을 유지하면서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 위에 ‘상자를 덧씌우는’ 구조로 진행했어요. 낮은 천장과 높은 천장이 만나면서 공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어요.
공사 기간이 5개월로 제한되어 있어서 기존 2층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었고, 전시 공간으로서 적절한 천장고를 확보하기 위해 증축부는 약 4.6m 높이로 설계했어요. 기존 배관을 외부로 이동해 전시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뒤쪽 주거 공간(빌라)의 조망을 해치지 않도록 건물의 높이를 조절하며 기존 건물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이 과정에서 기존 건물과 증축된 건물을 부모 세대와 아들 세대처럼 바라보았어요. 기존 건물이 부모라면, 새롭게 증축된 공간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아들 같은 존재죠. 따로 떨어진 건물이 아니라, 기존의 흐름 속에서 덧붙여진 공간이에요. 덕분에 조현화랑은 단순한 증축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유기적인 공간이 되도록 했어요.
조현화랑은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는 화랑으로, 국내외 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지역 문화와 예술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하며, 다양한 기획전과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예술이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증축을 통해 공간적 확장을 넘어, 예술과 자연이 유기적으로 교감하는 장소로 거듭나며, 조현화랑만의 독창적인 미적 감각을 더욱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Q. 조현화랑을 설명할 때 ‘이 집은’이라고 표현하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미술관도 결국 미술작품이 머무는 ‘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건축사무소 이름도 ‘가가건축’이더라고요. 한자 ‘집 가(家)’를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보통 건축사무소 이름에는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이나 철학이 담기는데, 저는 조금 더 재미있고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가(架家)’라는 이름에도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았죠.
공식적으로는 ‘거리 가(架)’와 ‘집 가(家)’를 써서 ‘거리와 집’, 즉 도시와 건축을 연결하는 의미예요. 여기서 ‘거리’는 단순한 도로 개념이 아니라 도시를 뜻해요. 도시는 건축적으로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고, 반대로 건축은 도시적인 시야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개인적인 바람도 담겨 있어요. 건축뿐만 아니라 도시까지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석·박사 과정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기 때문에, 제 작업이 건축과 도시를 넘나들며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가가건축’이라는 이름은 그런 숨은 야심을 담고 있는 셈이죠.
그 외에도 ‘아름다울 가(佳)’를 써서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도 있고,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거짓 가(假)’와 ‘집 가(家)’를 연결해 ‘가짜 집’, 즉 ‘집 속의 집’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경복궁이나 사찰에서 왕이나 부처님이 앉는 자리에 또 하나의 작은 구조가 있잖아요. 그런 ‘공간 속의 공간’ 개념을 의미하기도 해요.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전화번호부에서 ‘가가건축’이 가장 먼저 나오도록 고려한 점이다. 단순히 의미만 담은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점이 돋보인다. 이런 작은 디테일에서도 건축가의 세심함이 엿보이며, 조현화랑의 증축 과정에도 이러한 섬세한 접근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Q. 일반 건축물과 미술관을 설계할 때 가장 다르게 접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모든 건축물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같은 기능을 가진 건물이라도 대지의 조건, 규모, 주변 환경, 건축주의 요구, 예산 등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나죠.
미술관의 경우, 이런 기본적인 요소 외에도 ‘작품’이라는 또 하나의 주체가 추가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예요. 미술관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이를 감상하는 환경이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건축 자체가 주인공이 아니라, 작품과 감상자의 경험을 위한 배경이 되는 건축이어야 하죠.
일반 건축물과 미술관 설계의 차이를 묻는 질문은 개인적으로 우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미술관 건축이 특별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듯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미술관도 하나의 건축물일 뿐이고, 그 기본적인 원칙은 모든 건축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이 가진 특수성과 건축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답변을 주셨다. 우문이 현답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신 건축가님께 감사함을 느낀다.

Q. 작업하신 울산시립미술관도 그렇고, 조현화랑 역시 욕심을 내지 않으려 욕심을 내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미술관은 미술 작품을 담는 그릇이라는 본분을 지키려는 태도가 인상적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건축가도 결국은 하나의 예술가이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특히 미술관을 설계할 때는 그 욕심을 미술에 양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미술관에서는 건축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작품이 돋보일 수 있는 배경이 되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도 오랫동안 미술을 좋아했고, 2008년부터 컬렉팅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 시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요.
울산시립미술관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시각을 넘어, 장소가 가진 역사적 맥락도 중요한 요소였어요. 그 부지는 원래 조선시대 때 동원(東園)과 객사(客舍) 사이에 위치한 공간이었어요. 동원은 현재 복원되었고, 객사는 아직 완전히 복원되지 않았죠. 한때는 초등학교가 자리했던 곳인데, 일제강점기 시절 동원과 객사 터가 학교로 활용된 사례가 많아요. 앞으로 객사가 복원된다면, 울산시립미술관은 하나의 큰 공원으로 자리 잡게 될 거예요. 그 안에 있는 미술관은 단순히 미술 작품의 배경을 넘어, 시간과 기억의 배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것이 옛것을 압도하지 않도록, 현대적인 미술관이지만 주변의 역사적 흔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했어요. 단순히 눈에 띄는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과거의 시간을 존중하면서 건축이 그 안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제가 기본을 지키며 욕심을 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술관은 예술의 영역이며, 건축이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건축가의 철학이 유독 인상적이다. 이 생각이 필자의 마음에 깊이 남아, 조현화랑을 취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작품의 배경으로서의 건축’이라는 그의 철학 덕분에, 조현화랑은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오히려 더욱 빛나고 눈길을 사로잡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건축이 과도하게 나서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존재감이 강해지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이것이 조현화랑이 지닌 매력이다.

Q. 울산시립미술관이 ‘옛것과 새로움의 어울림’이라면, 조현화랑은 ‘자연과의 어울림’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울산시립미술관은 역사적 맥락과 시간이 중요한 요소였다면, 조현화랑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공간이에요.
달맞이언덕이라는 장소적 특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어요. 건물 자체가 숲과 바다 조망을 품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죠. 외부를 포함해 5개의 레이어가 겹쳐진 형상인데, 가장 자연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다와 공원 숲이 겹쳐 보이는 도로변의 선형 공간이에요.
그 안쪽으로는 풍경이 틈으로 보이는 주 전시실, 그리고 레벨 차이를 활용한 뒷마당의 조경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구성했어요.
도로변의 선형 공간은 벚꽃이 피는 봄날이나 화창한 날씨 속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석양을 감상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로, 조현화랑에서는 이전 기획전에서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작품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공간 활용을 탁월하게 하는 조현화랑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시 기획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니, 직접 방문하여 감상해 보길 바란다.
필자의 추천을 하나 더하자면, 바람이 부는 날, 숲이 흔들리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자연이 건축과 만나 만들어내는 미묘한 순간들이, 조현화랑은 건축물이지만, 마치 건물 안에 머물러 있지 않은 듯한 열린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Q. 조현화랑에 오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달맞이언덕의 소란한 소리가 들리다가도 조현화랑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훅하고 차분해지는 걸 느껴요. 물론 미술이 주는 영향도 있겠지만, 공간 자체가 주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미술이 그런 힘을 가지죠. 미술관이나 갤러리, 어떤 전시 공간이든 마찬가지예요. 전시를 본다는 것은 결국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점프하는 경험이에요. 조현화랑에서는 그 과정이 돌계단을 오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바깥의 소란함 속에서 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면서, 점차 전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갤러리에 도착했을 때, 마음이 가라앉고 전시에 집중할 수 있게 돼요.
하지만 작품이 돋보이려면 공간 자체는 최대한 중성적이어야 해요. 공간이 강한 개성을 가지면 작품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조현화랑은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작품을 위한 배경이 되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어요.
그가 돌계단을 ‘비일상으로 향하는 마음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다. 기존에 존재하던 계단이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라, 전시에 몰입하기 위한 감각적 전환의 역할을 한다는 해석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돌계단뿐만 아니라,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나선형 계단 역시 이곳에서 인기 있는 공간 중 하나다. 이 계단에는 미술 작품이 설치되기도 했는데, 그는 농담처럼 ‘여긴 제가 설계한 부분이 아닌데도 인기가 많다’라며 은은한 질투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농담은 곧 기존 건물과 증축된 공간이 조화롭게 연결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필자 역시 이 나선형 계단을 오르며 2층에는 어떤 공간이 펼쳐질지 설레는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공간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감각적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 조현화랑이 지닌 단순함 속에서의 공간적 경험은 다채롭게 펼쳐진다.

Q. 건축가님께 미술관 건축은 건축가의 정체성과 좋아하는 미술의 접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전시를 직접 참여한 경험이 8번 정도 있는데요. 작가로서 공간 안에서 작품을 배치하고 전시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어떤 공간에서 내 작품이 더 명확하게 전달되는지, 공간이 작품의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게 됐어요.
미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작가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돼요. 작가들은 단순히 공간에 맞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의도를 가진 작품이 특정한 공간에서 어떻게 걸리기를 원하는지 고민하죠. 그리고 저는 건축가로서 그 작품이 원하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돼요.
건축가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작가, 미술 관람자, 미술 컬렉터라는 다양한 정체성과 시선으로 조현화랑을 바라본 결과, 오늘의 조현화랑이 탄생한 것 같다.
수많은 고려들이 녹아 있지만, 정작 관람객에게는 그 모든 고민과 계산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온전히 작품과 공간을 마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그의 섬세함이 빛을 발한다. 좋아하는 것이 업이 된 덕업일치의 순간, 그는 누구보다 이 공간을 즐기고 있다.
Q. 조현화랑을 실제 소유하고 계신 건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건물을 소유하고 계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오며가며 조현화랑을 바라보는 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하나는 뿌듯함, 그리고 또 하나는 계속해서 신경을 쓰게 되는 마음이에요. 뿌듯함은 당연히 있죠. 하지만 그만큼 이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늘 하게 돼요.
특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요. 조현화랑이 집 가까이에 있다 보니, 여기서 열리는 전시를 자주 보러 오기도 하고, 같은 전시라도 여러 번 찾아가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보게 돼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그런 것들이 궁금하고, 때로는 저도 모르게 신경을 쓰게 돼요. 건축은 완성되었다고 끝이 아니라, 그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Q. 건축가님께 조현화랑 건축물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그리고 이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기를 바라시나요?
조현화랑은 저에게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부산에서 자연과 건축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성을 던지는 공간이에요. 부산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바다지만, 이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고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부산에서 건축을 한다는 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어야 해요. 만약 이곳이 바다를 볼 수 없는 자리였다면, 조현화랑이 주는 감동은 반감되었을 거예요. 우리는 종종 ‘뷰’를 자산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만 바라보지만, 사실 그 풍경이 공공의 것이어야 지속적인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죠. 결국 건축은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살리면서도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부산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가졌으면 하는 거죠. 부산을 디자인할 수 있는 이들에게 자연과 건축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아주 조금의 숨은 욕심은 있다고 할까요? 미술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장소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죠.
조현화랑은 전시 공간을 넘어, 건축과 자연, 그리고 예술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다. 미술관이 작품을 담는 그릇이라면, 조현화랑은 자연과의 조화를 고민하며, 그 속에서 공간이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장소다.
건축은 종종 공간을 창조하는 일로만 여겨지지만, 조현화랑의 사례는 기존의 맥락을 읽고,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것 또한 중요한 건축적 태도임을 보여준다. 돌계단을 오르며 비일상으로 전환되는 감각, 2층 도로변 선형 공간에서 자연을 감상하는 경험—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조현화랑을 하나의 ‘경험’으로 만든다.
그렇기에 조현화랑은 미술관을 넘어, 도시와 자연, 건축과 사람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장소다. 건축가의 숨은 욕심처럼, 이 공간이 부산이라는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미술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건축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소로 남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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