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서 무한대로, 플라네타리움에서 깨달은 우주의 법칙

·

국립부산과학관에서 즐기는 플라네타리움

새해가 밝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조용히 나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바쁘게 흘러간 2024년을 되돌아 보니, 문득 홀로 있는 순간이 없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혼자서도 충분히 몰입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국립부산과학관의 플라네타리움을 알게 되었다.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 속에서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었고, 별들을 보며 소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고 싶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과학관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문명을 벗어나 신비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설렘과 함께 과학관에 도착했다. 커다란 정문 너머 보이는 뾰족한 본관 건물과 그 옆에 있는 돔 건물은 마치 거대한 별을 연상시키듯 웅장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만나는 또 다른 우주 공간,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이미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듯했다.

국립부산과학관본관
큰 정문을 지나 5분만 걷다보면, 곧 거대하고 뾰족한 모양의 본관을 마주한다.

본관 건물에 위치한 매표소에 도착하니 친절한 직원들이 공연 스케줄을 안내해 주었다. 단, 한 회차는 두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통 영상인 ‘계절별 별자리’와 회차별로 상이한 상영물이라고 하여 잠시 고민했지만, 곧 3회차와 5회차 공연을 관람하기로 결정했다.

손에 쥔 표를 보며, 이제 곧 우주의 신비를 눈앞에서 마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과학관 내부는 정갈하고 정돈된 분위기였고, 곳곳에 배치된 안내 표지판 덕분에 이동이 편리했다. 내부를 둘러보다가 플라네타리움 입구로 향했는데, 거대한 돔 스크린이 마치 우주의 한 조각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본관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코너를 돌면 바로 천체투영관이다. 추운 날씨이지만, 투영관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이 몇몇 보였다. 춥고, 상영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에 얼른 들어갔다.

플라네타리움 : 계절별 별자리와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유산

플라네타리움 영상실 가는 계단
티켓 확인을 거친 후 상영실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빛에 따라 반짝이는 천장의 아크릴 오브제들은 모두 별자리의 모양이란다. 고개를 들고 구경하며 올라다가보면 금새 상영실 입구에 다다른다.

입장 안내를 받으며 들어선 상영실의 첫 인상은 ‘신기한 영화관’ 이었다. 어디를 봐도 별자리를 볼 수 있도록 돔 스크린이 가장 처음 눈에 띄었고, 편하게 누워서 관람을 즐길 수 있도록 리클라이너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나도 맨 뒷 줄에 자리를 잡았다.

관람이 시작되고 돔 스크린이 서서히 밝아지며 광활한 태양계의 모습이 펼쳐졌다.

첫 번째 공연은 계절별 별자리 탐방으로 시작되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를 따라가며 각 별자리의 역사와 특징을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과거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해설자의 설명을 따라 별자리들을 하나씩 찾아보며, 하늘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이어진 영상은 ‘아인슈타인의 유산’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꼬마 주인공과 로봇 친구가 상대성이론과 중력의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알아가는 이야기였는데, 어른도 어렵기만 한 아인슈타인의 이론들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어서, 오랜만에 아인슈타인 이론에 흥미가 생겼다.

잠깐의 휴식 시간

공연이 끝난 후, 다음 공연까지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과학관 본관 내 편의점을 찾았다. 따뜻한 음료와 간단한 간식을 고른 후, 과학관 주변의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조용한 과학관 내 공원을 걸으며 한적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원에는 과학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고, 곳곳에 배치된 조형물들이 우주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날씨가 추워지면서 더 이상 밖에 머무르는 것이 힘들어졌다.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따뜻한 공간을 찾아 천체투영관 안 휴게실을 찾았다. 단순한 쉼터, 대기실이 아니라 우주 오브제들과 조명들로 꾸며져 있어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벽면에는 아름다운 성운과 은하들의 이미지가 장식되어 있었고, 천장에는 작은 행성 모형들이 떠 있었다. 마치 우주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간에서 몸을 녹이며, 앞서 본 태양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플라네타리움 : 계절별 별자리와 폴라리스2

5회차 공연도 마찬가지로 계절별 별자리 탐방으로 시작되었다. 낮에 보던 하늘과는 전혀 다른 우주의 모습이 돔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계절마다 다른 별자리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변하는지를 배우는 시간은 새롭고 흥미로웠다.

이어서 상영된 애니메이션은 ‘폴라리스2’였다. 북극곰과 펭귄, 그리고 새가 함께 반짝이는 돌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 이야기였다. 북극의 밤하늘을 보던 동물들이 우주의 신비를 궁금해하며 탐험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행성들과 우주의 다양한 요소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이 보기 쉬운 밝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주의 광활함과 탐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루의 끝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과학관을 나서며, 나는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플라네타리움에서 본 것처럼 별들은 여전히 저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지구에서 올려다보는 저 수많은 별들은, 어쩌면 아주 먼 곳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존재들에게는 그들만의 하늘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주 작은 행성 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삶의 순간순간이 가진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우주는 너무나 거대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존재지만, 그렇기에 우리의 삶은 더욱 소중한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우주 속에서 저마다의 빛을 내며 살아가고 있고, 그 빛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존재하는 동안은 충분히 아름다울 것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경험이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나에게 한 걸음 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주는 끝없이 넓고, 인간의 삶은 짧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 있다. 오늘의 여행이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나만의 우주를 탐험해 나갈 것이다.

주소 : (46081)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동부산관광6로 59
국립부산과학관

개관일 : 매주 화요일 ~ 일요일

관람시간 : 평일/주말 09:30 ~ 17:30(입장마감 16:3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익일 휴관


플라네타리움 내부 촬영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본 사진은 과학관의 공식 허가를 받아 촬영되었습니다. 일반 관람객의 촬영은 제한될 수 있으며, 무단 촬영 및 배포는 금지합니다.


▶️ 국립부산과학관 홈페이지로 방문하기
▶️ 클로저 최근 기사 더보기

Other Posts